확인된 사실
한국은행의 2025년 경제주체별 화폐사용현황 종합 조사는 2025년 4월 10일부터 8월 11일까지 만 19세 이상 개인 2,000명, 종사자 5인 이상 일반사업체 1,210개, 주요 현금취급업체 930개, 금융기관 100개를 조사했다. 개인 조사는 태블릿을 활용한 일대일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다.
한국은행은 개인의 월평균 현금지출액이 2021년 50만6,000원에서 2025년 32만4,000원으로 36.0% 감소했고, 월평균 전체 지출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21.6%에서 17.4%로 4.2%포인트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다만 보고서 주석상 2021년 수치는 가구주인 개인, 2025년 수치는 개인 기준이어서 두 시점의 조사대상 기준이 완전히 같지는 않다.
그러나 평균은 의존도의 차이를 가린다. 현금지출 비중은 60대 20.8%, 70대 이상 32.4%였고, 월 가구소득 100만원 미만 집단에서는 59.4%였다. 이 수치는 특정 개인이 디지털 결제를 못 한다는 뜻이 아니라, 현금 의존이 연령과 소득 집단에 따라 고르지 않다는 뜻이다.
광고
현금 없는 사회에 대한 개인 응답은 반대 45.8%, 찬성 17.7%였다. 예상 문제로는 금융약자의 거래 불편 39.1%, 비상시 경제활동 곤란 22.2%가 많이 꼽혔다. 현금사용 선택권의 제도적 보장에는 59.1%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이는 응답자의 인식 조사이지, 전국 모든 매장에 현금 수취 의무가 이미 생겼다는 법적 근거가 아니다.
최근 1년간 현금 지급을 거부당한 경험이 있다는 개인은 5.9%로, 2021년 6.9%보다 낮았다. 경험자들의 복수응답에서 거부 장소는 프랜차이즈 매장 56.2%, 편의점·소규모 판매점 40.5%였다. 이 비율을 전체 프랜차이즈나 편의점의 거부율로 읽으면 안 된다. 5.9%의 경험자들이 답한 장소 구성이다.
한국은행은 현금사용 선택권을 소비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지급수단 선택에서 현금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설명한다. 또 ATM 등 현금 창구 축소, 고령층·어린이·외국인 등의 소비활동 제약을 필요성으로 제시한다. 2025년도 연차보고서는 한국은행이 2020년부터 관련 홍보를 해 왔으며 일부 소매점과 공공시설에서 현금 결제 거부 사례가 발견됐다고 적었다.
논설위원 칼럼
우리의 주장은 하나다. 현금 사용이 줄었다는 이유만으로 생활에 필요한 결제의 마지막 대안까지 없애서는 안 된다. 디지털 결제를 늦추자는 말이 아니다. 매장과 공공시설이 평상시의 효율과 결제 취약계층·통신 장애·정전 때의 접근성을 함께 설계하자는 제안이다.
결제 시스템은 빠를 때만 좋은 기반시설이 아니다. 한 수단이 막혔을 때 다른 수단으로 거래를 끝낼 수 있어야 한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거나 계정 인증이 되지 않는 사람, 카드를 발급받기 어려운 사람, 통신망 장애를 만난 사람에게 앱만 가능은 편리한 기본값이 아니라 거래 중단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장에 같은 방식의 현금 수취를 강제하자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확인한 한국은행 자료는 현금 선택권의 필요성과 인식을 보여 주지만, 전국적인 현금 수취 의무가 있다는 법률 판단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 칼럼의 제안은 필수성과 위험에 따라 대안을 차등 설계하자는 것이다.
병원·약국·교통·공공시설처럼 접근 실패의 비용이 큰 곳은 최소 한 가지 비계정·비스마트폰 결제 경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현금 자체가 어려운 무인·보안 시설이라면 현장 충전카드, 일회용 결제권, 안내 직원 결제, 오프라인 승인 카드 등 실제 이용 가능한 대체수단을 두고 사전에 알려야 한다. 일반 매장도 결제수단과 장애 시 처리방식을 주문·대기 전에 보여 줄 수 있다.
반론과 한계
현금 취급에는 잔돈 준비, 마감 정산, 운송, 도난·분실 위험과 인력이 든다. 완전 무인점포나 야간 시설은 안전 때문에 현금을 두기 어렵고, 소규모 사업자에게 여러 결제망을 동시에 유지하라고 하면 비용이 커질 수 있다. 이런 반론은 현실적이다.
따라서 대안은 일률적 의무가 아니라 비례 원칙이어야 한다. 필수 공공·생활 서비스에는 더 높은 접근성 기준을 두고, 안전·위생·무인 운영상 현금 수취가 곤란한 곳에는 명확한 사전 고지와 접근 가능한 대체 결제를 요구할 수 있다. 결제 장애 대응책은 현금만이 답이라는 뜻도 아니다. 서로 독립된 두 수단과 수기·오프라인 절차를 조합할 수 있다.
조사의 한계도 있다. 개인 2,000명과 정해진 사업체 표본의 자기보고 결과이므로 모든 국민과 매장의 행동을 전수 측정한 것이 아니다. 2021년과 2025년 수치는 조사대상 기준에도 차이가 있어 장기 변화의 크기를 해석할 때 이 점을 함께 봐야 한다. 연령·소득별 비중은 집단의 평균이고 개인의 결제 능력을 단정하지 않는다. 현금 보유나 사용 변화만으로 금리, 불안, 디지털 결제 확산 가운데 어느 요인이 얼마나 작용했는지 인과효과를 계산할 수도 없다.
독자·기업·기관이 할 일
매장과 기업은 고객이 줄을 서거나 주문하기 전에 가능한 결제수단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현금을 받는 곳은 잔돈·마감·보안 절차를 갖추고, 현금을 받기 어려운 곳은 스마트폰이나 특정 계정 없이 쓸 수 있는 대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 결제 실패 건수, 장애 시간, 대체 결제 성공률을 기록하면 효율과 접근성을 함께 볼 수 있다.
공공시설·지방자치단체·지급결제기관은 현금 수취 여부만 세지 말고 ATM 접근거리, 결제 장애 지속시간, 대체수단의 실제 이용 가능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 고령층·어린이·외국인·장애인 사용성 검증을 포함하고, 현금 없는 서비스를 도입할 때는 대체수단과 충전·환불 방법을 먼저 공지해야 한다.
독자는 병원·교통·장거리 이동처럼 결제 실패의 비용이 큰 상황에서 서로 독립된 결제수단 두 가지와 필요에 맞는 소액 비상 현금을 준비할 수 있다. 이는 불안을 부추기는 비축 권고가 아니다. 이용 전 결제수단을 확인하고, 현금 거부나 장애로 필수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했다면 시간·장소·안내 내용을 기록해 해당 사업자와 관할 기관에 확인하는 현실적인 대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