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된 사실
한국소비자원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가 2026년 1월 공개한 2025년 12월 소비자상담 빅데이터 동향에 따르면, 그달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은 5만8,008건이었다. 이 가운데 인터넷정보이용서비스 상담은 473건으로 전월 258건보다 83.3%, 전년 같은 달 249건보다 90.0% 늘었다. 보고서는 개인정보 유출 뒤 멤버십 해지가 완료되지 않은 사례와 계정 공유 중개서비스 중단 뒤 환급이 이뤄지지 않은 사례를 제시했다.
이 숫자를 곧바로 복잡한 해지 화면 때문에 상담이 83.3% 늘었다고 읽어서는 안 된다. 473건은 인터넷정보이용서비스 전체 상담이며, 증가 배경에는 개인정보 유출과 서비스 중단 등 서로 다른 사유가 함께 들어 있다. 보고서는 해지 화면의 단계 수나 실패율을 별도로 측정하지 않았다.
해지 마찰의 형태를 보여 주는 자료는 따로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3년 4월 25일부터 8월 31일까지 온라인 쇼핑몰 38개사의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 모두 76개 인터페이스를 조사했다. 공정위 가이드라인의 19개 세부 유형을 인터페이스별로 세어 합산한 확인 건수는 429개로, 인터페이스당 평균 5.6개였다. 같은 인터페이스에서 같은 유형이 여러 번 나타나도 1건으로 셌다. 이 가운데 소비자피해 우려가 큰 13개 유형의 확인 건수는 188개, 평균 2.5개였고, 취소·탈퇴 등의 방해는 76개 인터페이스 중 11개, 14.5%에서 확인됐다. 한 멤버십 해지 과정에서는 취소·탈퇴 방해, 감정적 언어, 잘못된 계층구조가 한 화면 흐름에 결합된 사례도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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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조사는 2023년의 표본 조사다. 현재 모든 온라인 서비스의 다크패턴 비율을 뜻하지 않으며, 2025년 2월 14일 시행된 개정 전자상거래법 하위법령보다 앞선 시점의 스냅샷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개정 법령이 6개 유형의 온라인 다크패턴을 규율한다고 밝혔다.
법 집행 사례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5년 3월 온라인 전자문서로 이그제큐티브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게 하면서 탈퇴는 매장 방문으로만 가능하게 한 코스트코코리아의 행위에 대해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경고했다. 이는 특정 사업자의 특정 회원제 운영에 대한 처분이다. 모든 구독 서비스가 같은 위반을 했다는 증거는 아니다. 공정위 자료에는 코스트코가 2025년 1월 27일 이그제큐티브 회원도 전자적 방식으로 탈퇴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적혀 있다.
논설위원 사설
우리의 주장은 하나다. 기업은 가입 전환율만 보지 말고, 고객이 떠나는 데 드는 시간과 실패도 같은 경영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해지를 포기해 남은 매출은 재구매 의사나 신뢰를 보여 주는 충성 매출과 구분해야 한다.
현행 법규의 금지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그러나 준법만으로 좋은 고객 경험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사업자는 가입과 해지에 쓰이는 채널, 화면 또는 접점 수, 중간에 제시되는 유지 제안 수, 완료까지 걸린 시간, 오류·재문의·환급 지연 비율을 함께 측정할 수 있다. 이를 이 글에서는 이탈 절차 지표라고 부른다. 공식 통계 명칭이나 법정 공시 항목이 아니라, 기업이 자율적으로 도입하자는 제안이다.
기준은 가입과 해지의 클릭 수가 언제나 완전히 같아야 한다는 기계적 등식이 아니다. 전자상거래법 제5조 제4항은 전자문서로 회원가입·계약 청약 등을 할 수 있게 한 경우 회원탈퇴·청약철회·계약 해지 등도 전자문서로 할 수 있도록 요구한다. 이 글이 추가로 제안하는 운영 기준은 소비자가 실제 이용한 온라인 서비스 안에서 해지 경로를 쉽게 찾고 시작·완료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본인 확인과 잔여 혜택 정산 등 필요한 단계는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유지 할인은 한 번의 선택 가능한 제안이어야지, 거절할 때마다 반복되는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에는 단기 지표의 유혹이 있다. 해지 버튼을 숨기거나 상담원 연결만 허용하면 당장 이탈률이 낮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수치는 서비스 가치가 아니라 절차 마찰을 섞어 계산한 결과다. 이탈 절차를 투명하게 만든 뒤에도 남는 고객이야말로 제품과 가격을 선택한 고객이다.
반론과 한계
사업자는 오탈자나 계정 탈취에 따른 잘못된 탈퇴를 막고, 약정·사용량·이미 제공된 혜택에 따라 환급액을 계산해야 한다고 반론할 수 있다. 타당하다. 고가 서비스나 가족·법인 계정은 추가 인증과 권한 확인이 필요할 수 있고, 즉시 환급이 불가능한 계약도 있다.
그렇다고 목적을 넘는 마찰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본인 확인은 위험에 비례해야 하고, 진행 단계와 예상 처리시간, 환급 산식, 완료 증빙을 고객에게 보여 줘야 한다. 무인·오프라인 서비스처럼 가입과 해지 채널을 완전히 일치시키기 어려운 경우에도 접근 가능한 대체 경로와 처리기한은 고지할 수 있다.
자료에도 한계가 있다. 2023년 한국소비자원 조사는 38개 쇼핑몰의 76개 인터페이스를 본 과거 표본이며, 2025년 12월 상담 증가는 해지 방해만의 효과를 분리하지 않았다. 코스트코 제재 역시 한 사건이다. 따라서 이 자료로 전체 구독시장의 위반율이나 해지 마찰이 매출·재가입률에 미친 인과효과를 계산할 수 없다.
독자·기업·기관이 할 일
기업은 가입·해지 양쪽의 실제 고객 여정을 같은 조건에서 분기별로 점검해야 한다. 채널 수, 단계 수, 완료시간 중앙값, 실패율, 재문의율, 환급 처리시간을 기록하고 제품 책임자와 준법·고객센터가 함께 보게 해야 한다. 유지 제안은 쉽게 건너뛸 수 있게 하고, 해지 완료 시각과 잔여 이용기간·환급 여부를 자동으로 남겨야 한다.
소비자단체와 감독기관은 법 위반 적발 건수만 발표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가입과 해지의 단계·시간을 같은 계정과 조건으로 비교하는 표준 점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과거 조사와 법 시행 후 조사를 구분해 공개해야 개선 여부를 과장 없이 판단할 수 있다.
독자는 가입 화면만 보지 말고 해지 경로, 자동갱신 시점, 위약금·환급 기준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해지가 완료되지 않으면 신청 시각, 화면, 사업자 답변, 결제·환급 내역을 보관하고 1372소비자상담센터 등 공식 상담 창구를 이용할 수 있다. 다만 상담 접수 자체가 환급이나 법 위반 판단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