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문장 결론
공정거래위원회가 문제 삼은 것은 ‘이메일로 발주했다’는 형식 하나가 아니라, 대보마그네틱이 2개 수급사업자와 진행한 제조위탁 51건에서 법정기재사항을 적고 양 당사자가 서명 또는 기명날인한 서면을 수급사업자의 작업 시작 전에 발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위는 2026년 7월 20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해당 행위에 향후 재발방지명령과 과징금 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상 거래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탈철기의 바디·프레임·스크린을 제조위탁한 건이다. 50건은 도면, 품명, 발주 수량, 납기일만 적은 이메일 방식이었고, 나머지 1건은 ‘발주서 겸 계약서’였지만 당사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고 일부 법정기재사항이 빠졌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따라서 제목의 ‘이메일 발주 50건’을 ‘모든 이메일 발주는 위법’으로 확대해석하면 안 된다. 이번 결정에서 확인해야 할 세 요소는 내용, 서명, 시점이다. 목적물, 납품, 검사, 대금 등 법정기재사항이 갖춰졌는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있는지, 수급사업자가 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문서가 발급됐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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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기업과 거래 전 선행요건
이 사례를 우선 점검해야 할 곳은 부품·장비·금형·포장재 등 제조를 다른 사업자에게 맡기는 원사업자다. 발주 규모가 작거나 반복 거래라는 이유로 하도급법 적용이 자동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두 회사 사이에 납품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거래가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수급사업자 관계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당사자의 업종·규모와 위탁 내용 등 법 적용요건은 거래별로 확인해야 한다.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이 사건의 목적물은 탈철기의 바디, 프레임, 스크린이었다. 두 수급사업자에게 총 51건을 제조위탁했고,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까지 적법한 서면이 발급되지 않았다. 공정위 첨부자료는 대보마그네틱을 1994년 설립돼 201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탈철기 제조업체로 설명한다. 첨부 표의 2025년 매출액은 250억1,100만원, 당기순손실은 359억4,100만원이며 출처는 전자공시시스템으로 적혀 있다. 이 숫자는 기업 규모를 보여주는 참고자료일 뿐 3,200만원 과징금의 산식이나 회사의 현재 수익성을 단정하는 근거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거래 전 선행요건은 구매요청 승인이나 견적 비교에서 끝나지 않는다. 하도급법 제3조와 시행령 제3조에 맞는 필수 항목을 계약 문서에 반영하고, 양 당사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을 완료한 뒤, 상대방이 원재료 절단·가공·조립처럼 납품을 위한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발급해야 한다. 사후 정산 때 계약서를 만들어 소급 날짜를 넣는 방식은 ‘작업 시작 전 발급’ 증빙을 대신하기 어렵다.
법률상 의무와 기업의 실무 기회
공정위 첨부자료가 제시한 서면 기재사항은 거래 실무의 최소 체크리스트가 된다. 위탁일과 목적물의 내용, 납품·인도 또는 제공 시기와 장소, 검사의 방법과 시기, 하도급대금과 지급방법·지급기일, 원재료를 제공하는 경우 그 품명·수량·제공일·대가·지급방법·지급기일, 하도급대금 조정의 요건·방법·절차 등을 확인해야 한다. 개별 거래의 법정 항목은 당시 적용 법령과 위탁 유형에 따라 법무 검토가 필요하다.
이 항목들은 ‘넣으면 좋은 권장 문구’가 아니라 하도급법이 요구하는 법률상 의무다. 반면 기업이 발주 시스템에 필수 입력값을 만들고, 누락 시 발송을 막고, 서명 완료 시간을 기록하는 것은 의무 이행을 돕는 실무 권장안이다. 권장안을 채택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법 위반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수십 건의 반복 발주에서 사람의 기억에만 의존하는 위험을 낮출 수 있다.
특히 도면과 수량, 납기일은 생산에 필요한 정보이지만 계약 위험을 전부 다루지 못한다. 검사 기준이 없으면 납품 후 불합격 판단을 두고 분쟁이 생길 수 있고, 대금 지급방법·지급기일이 없으면 자금계획이 흔들릴 수 있다. 원재료를 원사업자가 제공하는데 품명·수량·가격·정산일이 없으면 재고 손실이나 정산 책임을 다투게 될 수 있다. 하도급대금 조정 절차가 빠지면 원재료 가격 변동 때 협의 경로가 불명확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메일을 모두 없애는 것보다 계약 승인 흐름을 정교하게 만드는 편이 현실적이다. 견적 협의와 도면 송부는 이메일로 하더라도, 최종 발주 단계에서는 필수 항목이 들어간 전자문서와 적법한 전자서명 또는 서명·기명날인을 연결하고 수신·발급 시각을 남길 수 있다. 다만 구체적인 전자문서 방식이 법정 서면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거래 구조와 시스템에 맞춰 확인해야 한다.
제외조건과 흔한 오해
첫 번째 오해는 ‘메일 발주는 전부 불법’이라는 주장이다. 공정위 발표는 이메일이라는 전송수단만으로 위법성을 설명하지 않았다. 50건의 이메일에 도면·품명·수량·납기일만 들어 있었고 거래 당사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과 다른 법정기재사항이 빠졌으며, 적법한 서면을 작업 시작 전에 발급하지 않았다는 복합 사실이 제재 근거다. 전자문서도 필요한 정보·서명·발급시점을 갖췄는지 개별 검토해야 한다.
두 번째 오해는 ‘발주서 겸 계약서라는 제목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나머지 1건은 그런 제목의 문서였지만 공정위는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없고 검사 방법·시기, 하도급대금 지급방법, 원재료 제공 관련 일부 항목 등이 누락됐다고 밝혔다. 문서 이름보다 내용과 체결 절차가 중요하다는 사례다.
세 번째 오해는 ‘단가를 나중에 정해도 납기만 합의하면 된다’는 식의 관행이다. 하도급대금과 지급방법·지급기일은 핵심 기재사항이다. 작업을 먼저 시킨 뒤 사후에 금액을 채우는 방식은 수급사업자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거래조건을 알 수 있도록 한 법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
네 번째로 이번 3,200만원을 모든 유사 사건의 고정 벌금처럼 쓰면 안 된다. 공정위는 서면발급의무 위반의 경우 위반금액 비율 산정이 곤란해 이 사건에 정액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첨부자료에는 정액 과징금 기준 상향 등을 담은 고시 개정을 추진 중이라는 계획도 소개됐다. 행정예고된 개정안은 이미 시행 중인 확정 기준과 동일하지 않으며, 다른 사건의 제재액은 위반 내용과 적용 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정위가 이 회사의 특정 과거 거래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판단했다는 사실과, 모든 임직원·모든 거래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다르다. 기사에서는 공식 결정 범위인 2개 수급사업자, 51건, 2021년 11월~2022년 7월, 서면발급의무 위반만 다룬다. 별도 확인 없는 피해액, 고의성, 다른 거래의 위반 여부를 추정하지 않는다.
금액·일정·필요문서와 결정 상태
거래 기간 — 2021년 11월~2022년 7월
수급사업자 — 2개 사업자
제조위탁 — 탈철기 바디·프레임·스크린, 총 51건
이메일 방식 — 50건, 도면·품명·발주 수량·납기일만 기재
발주서 겸 계약서 — 1건, 서명·기명날인 부재 및 일부 법정기재사항 누락
제재 상태 — 공정위 재발방지명령 및 과징금 3,200만원 부과 결정
과징금 성격 — 위반금액 비율 산정이 곤란한 서면발급의무 위반에 대한 정액과징금
신청상태는 ‘해당 없음’이다. 이 건은 기업이 지원이나 입찰에 신청하는 공고가 아니라 공정위의 법 집행 결과다. 공정위가 향후 같은 위반이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방지명령을 내리고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한 제재 결정과, 과징금 고시 기준을 손질하겠다는 제도개선 계획을 분리해야 한다.
일반 기업이 준비할 문서는 공식 ‘신청서’가 아니라 거래 전 체크자료다. 위탁 유형 판정표, 거래 상대방 규모 확인, 최종 계약서, 도면·사양서 버전, 대금·지급일, 검사 기준, 원재료 제공 조건, 단가조정 절차, 양 당사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 발급·수신 시각, 작업 시작 승인기록을 한 거래번호로 묶어야 한다. 이 가운데 법정기재사항은 의무이고, 통합 거래번호와 시스템 차단은 관리 권장안이다.
지금 해야 할 일
첫째, 최근 1년의 제조·수리·건설·용역 위탁 가운데 이메일 본문이나 메신저만으로 작업을 시작시킨 거래를 추출한다. ‘계약서는 월말에 모아서 작성’하는 관행이 있는지 구매·생산 현장과 함께 확인한다.
둘째, 발주 템플릿을 법정 항목과 대조한다. 목적물, 위탁일, 납품 시기·장소, 검사 방법·시기, 대금과 지급방법·지급기일, 원재료 제공 조건, 대금조정 절차가 비어 있으면 법무·구매 책임자가 거래 유형별 필수값을 정한다.
셋째, 서명 완료와 작업 시작의 순서를 시스템으로 남긴다. 발주 승인일만으로는 수급사업자에게 적법한 서면이 발급됐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어려울 수 있다. 발송·수신·서명 시각과 생산 착수 승인 시각을 같은 거래번호로 보관한다.
넷째, 단골 업체나 긴급 발주에 별도 예외절차를 둔다. 긴급 상황이라고 법정기재사항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최소 필수항목을 빠르게 체결하고 이후 변경은 양 당사자가 확인한 문서로 남기는 절차를 마련한다. 구체적인 적법성은 담당 법무 또는 전문 자문으로 확인한다.
후속 절차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제재 결정이 자동 취소됐다고 쓰거나, 반대로 불복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