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을 둘러싼 논쟁이 또다시 격화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미래 세대를 위해 곳간을 지켜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지금 어려운 이들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맞선다. 양쪽 모두 일리가 있다.
문제는 이 논쟁이 진영의 구호로 소비될 때다. 재정 건전성과 복지 확대는 본래 양자택일의 대상이 아니다. 한정된 재원을 어디에, 얼마나, 어떤 순서로 쓸 것인가에 대한 정교한 설계의 문제다.
필요한 것은 지출의 질을 높이는 일이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사회적 약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곳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동시에 조세 체계의 형평성을 높여 안정적인 재원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결국 관건은 신뢰다. 정치권이 단기 인기에 영합하는 대신 중장기 재정 전망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때,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길이 열린다. 소모적 대립을 멈추고 머리를 맞댈 때다.